'결국 내 안의 심연으로 더욱 더 침전해가는 수 밖에 없구나' 라고 생각하게 되었다.
모두에게는 각자의 짐이있고 그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사실, 그보다도 진리에 가까우므로.
그리고 세상 모두는 그 누구라고 기대할것도 없이, 자기안의 어둠만 자기 어깨의 짐만 감각해낼 수 있으므로.
그 기분 좋은 습기 속에 다시 한 번 녹아들고 싶다.
찰나의 소나기로 세상 모든 시름을 다 걷어버리는 듯한.
그 아늑했던 골목 모퉁이를 떠올리는 건지.
그 적절한 습도 냄새 바람을 떠올리는건지.
그 인연을 떠올리는 건지.
그 날 이후 모든것은 전혀 상상할 수 없었던 모습으로 변했지만
나는 아직 그 때의 나임이 분명하다.
추억위에 추억이 쌓이면 서서히 퇴색되버릴것만 같았는데,
그 추억 한 조각 조각은 아직 끈질긴 생명력으로 내 마음 한구석 자리를 내어주려하지 않는다.
그렇게 한겹 한겹 내 생의 모든 순간을 오롯이 포게어 놓는것이구나.
덜컥, 겁이나는건 왜일까.
앞으로 마주하게 될 추억.
그 추억을 함께나눌 내 사람들.
내 안에 품은 그 끝을 알수없는 세 우주가.
그 어떤 노력을 다해도 얻을 수 없음을 알게되었을때.
또는 잃을 수 밖에 없음을 알게되었을 때.
전혀 쓸쓸하지 않았다면, 가슴속에 그 차가운 냉기가 느껴지지 않았다면.
그것은 과욕이었으며 내것이 아니었던 것이다.
난 그저 욕심의 노예가 되어 헛춤을 추고있었던 것이다.
난 광대였던 것이다.
무언가를 원할때면 항상 잘 살펴야 한다.
나는 춤을 추고있는것인지, 나 스스로의 어릿광대가 된것은아닌지.
스스로에게 물어야 하는것이다. 정말 필요한 것인지.
종종 우리는 거울에 우리를 비추어 보아야만 하는것이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