그 기분 좋은 습기 속에 다시 한 번 녹아들고 싶다.
찰나의 소나기로 세상 모든 시름을 다 걷어버리는 듯한.
그 아늑했던 골목 모퉁이를 떠올리는 건지.
그 적절한 습도 냄새 바람을 떠올리는건지.
그 인연을 떠올리는 건지.
그 날 이후 모든것은 전혀 상상할 수 없었던 모습으로 변했지만
나는 아직 그 때의 나임이 분명하다.
추억위에 추억이 쌓이면 서서히 퇴색되버릴것만 같았는데,
그 추억 한 조각 조각은 아직 끈질긴 생명력으로 내 마음 한구석 자리를 내어주려하지 않는다.
그렇게 한겹 한겹 내 생의 모든 순간을 오롯이 포게어 놓는것이구나.
덜컥, 겁이나는건 왜일까.
앞으로 마주하게 될 추억.
그 추억을 함께나눌 내 사람들.
내 안에 품은 그 끝을 알수없는 세 우주가.